dusthole

가구 그리고 배치

바보어흥이 2011. 12. 10. 22:37

책상에 앉으면 자꾸 허기가 진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가도 금세 일어나 부엌을 기웃거리게 된다. 고구마 하나, 귤 하나, 고기 한 점 주워먹고 다시 앉아도 무한 반복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오늘 침대가 도착했다. 예전부터 방의 가장 좋은 자리를 책상에게 내어주고 싶엇다. 그러나 정돈하고 보니 그 자리는 침대가 차지했다. 결국 내가 이런 인간이다.
근데 아닌 게 아니라 잠과 음식에게 정말 내 가장 좋은 시절을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두려울 정도로 커져간다. 그게 두려울 정도라는 것을 나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그 둘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책상과 침대는 제각기 있다. 둘 중 하나는 승리하고 둘 중 하나는 패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