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가장 따뜻한 겨울

바보어흥이 2016. 3. 7. 16:40

내가 오랫동안 바래왔던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애당초 가졌던 내 두려움과는 달리, 둘이 되었더니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몰입할 수 있는 시간들이 펼쳐졌다. 더 이상 티비를 보느라, 허전함에 술을 마시느라, 피로함에 경쟁적으로 자느라 아쉬웠던 시간들이 사라졌다. 

나는 책을 읽고, 주변을 정돈하고, 고양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난로를 쬘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일이 피곤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산책길이 귀찮지 않고, 집안을 꽉 채우는 적막감이 편안하다. 

애초에 두려워했던, 이렇게 의지해도 되는 걸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이렇게 각자가 평온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행복한 의문이 더 커졌다.


실로 놀라운 나날들이다. 게다가 곧 봄이 올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비로소 가장 따뜻한 겨울, 그리고 30여 년 만에 내 삶을 찾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