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바보어흥이 2014. 1. 24. 17:25

이것은 나아감일까, 물러남일까.

추상적인 끄적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흘러왔다.

갑자기 이곳에 깃을 세우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글쎄, 이것은 나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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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움츠린다고 해서 추위가 달아나는 것도 아닌데, 겨울에 내 어깨는 더 이상 움츠릴 수도 없을 만큼 잔뜩 옹송그린 상태다. 맨발로 화장실 타일을 밟을 때, 장갑 없이 핸들을 움켜쥘 때, 파주에 도착하자마자 찬바람을 맞을 때, 나는 이를 악문다. 마치 막다른 길에 몰린 짐승처럼, 머릿속을 비우고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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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50대 남성이 월세 12만원짜리 쪽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한달 만에 발견되었다. 그는 월세 300만원이 밀린 상태였고, 당뇨를 앓고 있었고, 2006년 이혼했다. 지난 1월에는 6년 만에 백골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독사. 우리의 마음속엔 빗장이 있다. 길을 지나다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설움이 있다. 다행히도 추워서 그의 시체는 썩지 않고 미라로 발견됐다. 다행히도 추웠다. 따뜻한 육신으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웠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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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48세 택시 기사는 한 달 정도 사귄 49세 여성을 택시 안에서 살해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죽을 각오로 죽인다는 것은 얼마만큼의 미움이자 얼마만큼의 나약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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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도 자주 하기가 싫다. 정말 싫다. 싫다고 생각하면 너무 싫어서 다른 짓을 한다. 그러고 나면 하루가 간다. 책상 위로 수많은 시간이 쌓이고 흘러간다. 나는 정말로 무감각하다. 오늘 같이 밥을 먹었던 한 사람은 올해 아프리카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오토바이로 횡단을 한다고 했던가.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의 얼굴은 똑같으면서도 참 다르다. 그 또한 비현실적으로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