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번다는 것.
50만원을 더 얹어준다고 했을 때 나온 말은 '감사합니다'였다고 했다. 웃으면서 문을 나섰는데 나오자마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계산해보면 한 달에 4만 얼마였다. 고작 4만원에 비굴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것을 들으니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뒤숭숭했던 마음이었던 나 또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대신 웹툰에서 본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하며 훌쩍였다.
20대, "까짓거!"를 외치며 불의에 저항할 거라고, 나를 자만했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사회가 굴러가지 않으면 마음껏 욕할 수 있었다.
이제와서 나를 보니 가만히 있자 하니 억울하고, 나서자니 두려워 스스로 병신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나이 탓일까. 나이가 들어서 변한 게 아니라 나이가 드니 조금 더 나 자신을 알게 된 게 아닐까. 나는 회사의 불의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까. 매일 같이 보며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등 돌리고 할 말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증명된 바가 있다.
돈은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만드는지, 얼마나 비굴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가식적으로 만드는지 모른다. 이럴 때 나는 자본주의의 막강한 위력을 실감한다. 하지만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욕하자. 욕할 줄도 모르는 것이 더 비참한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욕하고 또 욕한다.
만약 내가 주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원하는 만큼 챙겨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태도적 호의라도 베풀 것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며 거들먹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강자가 약자에게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