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드라마의 순기능

바보어흥이 2011. 2. 18. 11:38

사람을 판타지 속에 가두는 것은 드라마의 순기능이다.

나는 사람이 판타지 없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판타지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일 행복하리라는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훗날 우리가 성공하리라는 근거도, 좋은 연인을 만나리라는 근거도, 부자가 되리라는 근거도 없지만 그럴 것을 기대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에도 급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미’가 있다는 점을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말한다면, 드라마의 내러티브가 억지를 부리지 않을수록, 다시 말하면 현실과 많이 닮아 있을수록 우리는 드라마 자체가 주는 감동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

판타지는 곧 내가 현실 속에서 가지지 못한 것을 뜻하기 때문에 비극적이다. 사람들은 결국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드라마를 사랑한다. 아무리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드라마라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현실로 넘어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