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미룰 수 있을 때까지의 끝
바보어흥이
2013. 6. 30. 20:47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월요일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시간.
더위를 피해 동네 카페에 왔다. 오늘 엘지트윈스는 이길 수 있을까. 9회 초, 잘만 한다면 마지막 이닝이 될 수도 있는 순간, 가장 짜릿한 순간. 봉중근은 이제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가진 것의 최대한을 모조리 쏟아부어야만 하는 저 시간이 투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이 글을 쓰는 동안 봉중근 투수는 극적으로 승리를 지켰다. 팀 전체에 안도와 기쁨이 가득 번진다. 인생의 한 시절을 , 야구선수라면 '선수 시절'이 될 그 시절을 불태우는 사람들. 그 삶은 매우 아름다운 것 같다. 명쾌하고, 또 분명하다.
나는 지금 또 한번 나를 드러내기 위한 글을 써야 한다. 2주 전부터 미뤄왔던 일, 약 3시간여를 남겨두고 이렇게 도살장의 소처럼 앉아 있다. 나는 어느새 몰입을 잊은 것일까.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나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그 끝까지 미룰 참이다. 인생 전체가 그럴 모양이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묘비명을 빼앗긴 것이 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