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바보어흥이
2013. 8. 7. 10:07
올가는 웃었다. "우리네 인생에는 어떤 언어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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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키 아저씨가 너무나 당연하게 그려내는 인간 사이의 교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 쉽게 말해 낯선 나라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과 감정의 골을 느낄 만큼 대화할 수 있다는 소설적인(나에게는 그것이 다분히 소설적이다) 전제가 없다.
그토록 인간적이고(자본적이지 않은) 청춘적이며(닳은 기운이 없는) 우울한(일상의 명랑함이 적고 언제나 본질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를 모른다. 그것은 6~70년대 히피의 시대가 가져왔던 기적같은 경험의 메아리가 아닐까. 다정한 이웃, 사회적 유대감 등.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시대에 관계의 본질은 적대와 의심, 그리고 냉소 뒤에 숨은 내밀지 못한 손이다.
그의 세계 속에는 "할머니를 도와줬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하는 의심이 없다. 그것은 하루키의 세계가 고독을 알맹이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척 따뜻하고 낭만적일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소설은 옳은 것을 종용하기 위해 쓰여질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