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꾸는 꿈
도도새가 세상에 다시없을, 미친 듯이 예쁜 패턴의 천을 가지고 있었다. 북유럽 디자인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모던하고 귀여웠다. 나는 그 패턴을 잘 기억하려고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실수로 보아선 안 될 사람의 자리에서 어떤 사람과 메신저를 주고받았다. 나중에야 깜짝 놀라서 자동 저장된 대화내용을 지우려고 했는데 도저히 파일을 찾을 수가 없었고 결국 자리의 주인이 돌아와서 직접 지워주었다. (그 와중에 상대방이 정말 극비리의 문장을 쓰고 엔터를 쳤다. 자리의 주인과 나는 그것을 함께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자리의 주인은 그 순간 무덤덤하게 모른척해 주었고 그것은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 C의 주변인들에게 직접 들은 소리를 C에게 말해주었지만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 오래전 기억나지도 않는 펜 뚜껑의 디자인을 꿈결에 잠시 보았다. 역시나 그 모양을 그릴 수는 없지만 어떤 펜인지 대략 느낌 정도는 남아 있다. /
이것은 최근 수만 가지의 에피소드 중에 겨우 기억해 낸 몇 가지이다. 이상하게 요즘 꿈을 많이 꾸는데 어릴 때는 기억이 나던 꿈이 점점 기억나지 않는다. 꿈속에서 그렇게 방대하고 스펙터클하고 감정적이고 긴장이 팽배한 세계가 눈을 뜨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언제나 허무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는 꿈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었다. 분명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눈을 감으면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그 세계가 나를 다시 불렀고 눈을 뜨면 빛의 속도로 허물어졌다가도 다시 눈을 감으면 그 세계가 여전히 존재했다. 나는 이 두 세계의 간극에서 오랫동안 고심했다. 양쪽 다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꿈은 정말로 무의식에 가까웠다. 현실과 등장인물도 같고, 배경도 비슷했다. 나는 일단 무의식을 현실에서도 보관하고 싶어 잠결에 그것을 언어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무의식을 기억할 수 있게 보관할 그릇은 언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무의식 속에선 확실했던 인과관계가 언어로 고정하려하는 순간 모두 틀어졌고 아주 단편적인 키워드로라도 고정하려고 하니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파편화된 돌 부스러기 같은 형상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그것은 언어와 전혀 닮아 있지 않은 세계였다. 내가 위에처럼 언어로 고정화시키려고 해도…… 사실 내 꿈과 하나도 닮아 있지 않았다.
만약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꿈의 세계를 택할 것 같다. 시간과 공간과 언어의 바벨탑이 없어 아무 때나 어디에서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바다의 미생물만큼이나 풍부한 그 세계 말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 깊은 심해에 또 어떤 모양의 괴생물체가 살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