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hole

야옹야옹. 아니. 그냥.

바보어흥이 2012. 7. 25. 21:38

운전을 하는 일이 점점 익숙해진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스마트폰 하나 샀다고 36시간을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더 큰 규모의 차를 샀는데도 금방 익숙해진다. 오 년 전에는 앞머리만 잘라도 내일이 설레고 두근거렸는데. 무언가를 소유하는 기쁨도 정말 잠시다. 이렇게까지 무감각해지는 것이 끔찍하다. 옥탑방을 가졌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소파가 생겼을 때 얼마나 설레었는지, HD 티비로 야구를 봤을 때 얼마나 신이 났는지 다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렇게 무심한 나날을 사는 스물여덟이 될 줄은 십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오늘 밤은 혼자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 쓰이는 것이 희한하다. 내 시간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도 잊어버렸다. 짜투리 시간이 생기면 나에게 투자하는 느낌이 싫다. 나는 내가 언제 혼자 있고 싶은지 모른다. 또 언제 함께 있고 싶은지 모른다. 그저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 수용할 뿐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러므로 언제 쓰고 싶은지, 언제 읽고 싶은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안 쓰고 싶은지도 모르는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른다는 말만 늘어간다.

멍하니 턱을 괴고 있으니 쑝이 바로 눈치를 채고 말을 건다. 나의 착한 고양이는 언제고 내가 자기를 바라봐줄지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이다.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아는 것이 신기하다. 나는 쑝의 눈이 놀라울 정도로 맑고 투명해서 자주 죄책감에 휩싸인다. 아무것도 왜곡되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 그 요구가 무엇이든 들어주고만 싶다. 언제나 쑝에게 넘칠듯한 사랑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서 슬프다. 언젠가 술에 취해 청승맞게 울면서 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도 진심으로 내 말에 동의한다. 나는 다음 생에 쑝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이 보상해주고 싶다. 피곤하지 않다면 산책을 하고 싶은데 온몸이 무겁고 눈이 따갑다. 체력이 점점 바닥난다. 정말로 건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