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어떤 회의
바보어흥이
2012. 7. 24. 11:04
나는 수모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연민과 분노가 동시에 든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마주하는 일은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나는 우스꽝스러운 식으로 누군가를 경멸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이상한 감정 기복이 있다.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자책의 화살이 타인에게 돌아갈 때 당사자야말로 당황스러울 것이다. 물론 돌아보면 알게 될 테지만.
나는 회의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가 포기하다가 반항하다가 고요히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은 말없이 진행되었다. 역시나 곤욕스러운 것은 한 사람의 곤욕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이런 내가 너무 뻔뻔한 것일까. 나는 나에게 강요된 자책을 단순하고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였다. 포기가 너무 빨랐던 것일까. 그렇게 또 한 번 나를 지키려고 애쓴 것일까. 너무나 빠르게 모든 것이 휘발된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모든 상황과 감정이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
며칠 전부터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을 겸허히 맞이해야 한다. 몇 년 전에 나는 썼다. 혼자만의 시간만이 그를 성장시킨다고. 많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고요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야 한다. 숨을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헤엄치다가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