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hole
오늘의 단서 #1.
바보어흥이
2012. 11. 9. 08:29
순수한 오해는 없다. 나는 서사에서 지독한 오해를 만나면 잘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오해가 풀리는 순간 카타르시스의 극에 달한다. 그러나 명백한 오해와 화해는 현실에 없다. 누구든 적절히 배분된 혐의와 진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게는 비극으로 다가온다.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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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가 우스꽝스럽다. 화를 내는 것이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것에 대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 웃프다. 하지만 오늘 내가 보고 있는 허상은 무엇일까. 내가 믿고 싶어서 보지 않으려 한 진실은 무엇일까. 상대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를 해친다. 나는 그 어디쯤에서 나를 지켜야 하는 것일까. 난 섣부르게 미안하다. 그것은 방패다. 하지만 종이로 만들어진 방패다. 상대는 너무도 쉽게 미안해라는 방패를 뚫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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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지나치게 바라고 있다'는 명제에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기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그 명제를 발로 차버리지 않고 지켜본다. 고체가 액화되는 순간 같은 거다. 이 명제로 나를 가두지 않으면 나는 평생을 허물어지고 다시 짓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다시 짓는 집이 점점 허술해지지 않도록 나는 조금만 금에도 회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