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hole

아주 나중에야 알 것 같은 것들 중 하나

바보어흥이 2012. 4. 25. 17:34

나는 얼마든지 증오할 수 있고 얼마든지 폭발할 수 있다. 정말이다. 단지 그러지 않는 이유는 훗날의 내가, 어쨌든 지금 존재하지 않는 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냉정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도 훗날의 나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나는 대부분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돌아온 길에 동의하곤 한다. 이 모든 것은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애처로움 몸부림 같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어린아이 답지 않게, 후회하지 않으려고 언제나 전전긍긍이었다. 후회는 언제나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슬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이와 동시에 모든 것을 참고 싶지 않다. 나는 순간적으로 참아야만 할 때 언제나 비극적인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때가 벽돌 하나를 쌓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각기 다른 이름의 '참음'이라는 벽돌이 어느 높이로 쌓였을 때 내가 그 벽을 하나하나 해체해버리고 결국에는 벽을 무화시키는 인간이다.(이것은 마치 비극의 역사를 경험한 우리 민족의 유전적 성질을 이어받은 것처럼 공고해 보인다.) 그것이 내가 내 삶을 보호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방법이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내가 많은 것들을, 특히 관계를 지켜온 인간인지, 아니면 허물어온 인간인지는 아주 오래 살아보고 돌이켰을 때 즈음에야 판명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