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일본에 가 닿기를

바보어흥이 2017. 1. 11. 19:57

일본애 가 닿기를


앨리스 먼로


피터는 객차에 그녀의 여행가방을 올려주자마자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가려는 건 아니라고, 금방이라도 기차가 떠날까 봐 불안해서라고.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 플랫폼에 서서 기차의 창문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었다. 케이티를 향한 그의 미소는 활짝 열려 있고 햇볕 같고 세상 어떤 의심도 없어서, 그는 마치 아이가 그에게, 그가 아이에게 영원히 경이로운 존재일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아내를 향한 그의 미소에서는 희망과 신뢰 그리고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말로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레타가 그런 말을 꺼냈다면 그는 아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하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날마다 지겹게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사는 사람들이 설명이란 것을 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피터가 아기였을 때 그의 어머니가 소비에트 연방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서유럽으로 달아나려고 그를 데리고 어떤 산을 넘었다는데, 그레타는 그 산의 이름을 자꾸 잊어버렸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다. 피터의 아버지도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비밀 출발일 하루 전날 요양원으로 보내졌다. 그는 형편을 봐서 가족을 뒤따라올 생각이었지만 그만 숨지고 말았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피터가 그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그레타가 말했다. 그녀는 그런 이야기에서는 아기가 울면 그 소리 때문에 불법 탈출자들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아기의 입을 막아 질식시키거나 목을 조르더라고 했다.

피터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대꾸했을 뿐 그의 어머니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어머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건너와 영어 실력을 쌓은 뒤 고등학생들에게 당시 비즈니스 실무라는 명칭으로 불리던 과목을 가르쳤다. 그녀는 혼자 힘으로 피터를 키워 대학에 보냈고 피터는 지금 엔지니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