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용기, 부러워하기
나의 특기는 부러워하기다.
테드를 보며 자극을 받아 자격증에 도전하거나 인생의 성공을 꿈꾸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나는 멋대로 사는 청춘들을 보며 침만 흘리는 그런 부류다.
얼마나 억압당하고 살았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사실 아무도 나를 억압하지 않았다. 살면서 자신의 법적 보호자에게 언제나 성적표를 두려움없이 내밀 수 있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학사경고 수준의 성적표가 집으로 도착하는 날에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 우리 아빠는 일생을 잔소리라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생의 모든 단계들, 대학 잘 가기, 좋은 곳에 취업하기, 늦지 않게 제대로 된 사람과 결혼하기 등에 있어서 나를 등 떠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등 떠밀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테니 헛짓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의 자승자박이 시작된 것 같다.
이전에도 좋은 욕망을 훔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건 그런 사람들이다. 약간 삐딱한 사람들. 조금은 남다른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는 사람들.
오늘은 보리의 소개로 두 가지 블로그와 한 가지 기획원고를 만났다. 남의 회사 일이지만 워낙 시장이 좁아 서로서로 의견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편집자로서 어디 상품성이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홀라당 빠져버렸다.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여타 자기계발서들의 압박에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탁 풀려버렸다. 읽으면서 나는 다짐했다.
매해 반년 정도는 외국에서 살 수 있게 인생을 만들어야겠다.
매와도 자주 여행가곤 했던 그 나라에서 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이며, 글빨로 나를 홀린 세계여행자까지, 이렇게 쓰니 진부해보이지만 나는 그들 나름의 색채와 용기를 여실히 느꼈다. 용기,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단어다. 나는 그야말로 취향저격을 당해버린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나는 부러워하기를 매우 좋아한다. 심장이 뛰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래서 내 친구들이 잘될 때마다 너무 좋다. 부러워할 일들이 주변에 많을수록 나는 인생이 좀 살 만한 것이겠거니 하는 희망을 느낀다. 한 달 후에 매가 귀국할 때쯤 매와 함께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세계여행자는 미적지근하게, 나름의 궤도를 그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결과와 상관없이 얼마나 후련한지 안다. 지금에 활기를 조금이나마 더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꿈꿔보는 것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