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뭐라고 by 사노 요코
매대에 서서 들춰 보았다면 절대로 사지 않았을 책이다. 물론 요즘 흠뻑 빠져 있는 사노 요코의 책이기도 하고 그닥 좋아하지 않는 마음산책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시리즈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온라인 서점에서 그냥 구매해버렸다.
독자 리뷰에 정확한 단서가 있긴 했다. 사노 요코 사후에 출간된 책이라 부앙부앙함이 있는 것 같다는 식의 실망감을 읽고도 샀다. 확실히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싫어했던 겐의 엄청난 검열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사노 요코 특유의 거친 솔직함이 없어서다. 아들이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했다는 그 마음을 어느 정도 존중한 책이다. 시크하기로 소문난 사노 요코라면 말썽쟁이 아들을 어떻게 대할까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을 통해 해명되지 않는다. 아주 짤막한 재미 있는 단서들이 있을 뿐이다.
저울은 언제 수평이 될까요? 라는 선생의 질문에 번쩍 손을 들고 '운이 좋을 때!'라고 말하는 겐을 보며 '엄마는 어이가 없다' 하고 끝맺는 부분이나 중학교에 들어가자 겐은 엄마를 향해 웃어주지 않는다. 노려본다. 몰래 술을 마신 중학생 아들과 그 친구들을 보며 역시 술을 버릴 걸 그랬나 하는 부분 등. 어느새 나이가 들어 그런 부분을 읽으면 섬뜩하다. 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 몰래 치열하게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주 어렵고, 아주 큰 책임감을 요하며 인생에 아주 큰 부분을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그닥 숭고한 마음은 아니리라고 도리친다. 나는 고양이든 개든 자식이든 생난리를 피우며 유난을 떠는 사람들이 무섭고 불편하다. 알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