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의붓아버지가 낳은 자식들 틈에 끼어 구박을 당하면서 자라던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인간차별이라는 아주 치를 떨게 되었다"고 한다. ... 특히 그녀는 자식들을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매우 엄한 교육을 하였다. 전태일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가 분신항거하였을 때 그의 친척들은 입을 모아 "이소선이 결국 제 아들을 죽였다"고 하였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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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은 말아! 너희들이 그런 지저분한 변명을 하니까 밤낮 그 모양 그 꼴이야. 이 거지 같은 자식아!"
그래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거지예요. 댁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도도한 집에서 태어났고요. 내내 도도하십시오. ...... 이런 일이 있은 지가 어제그제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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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판 돈으로 원생들 과자를 사들고 갈 수 있을 만큼 되자 그는 보육원으로 순덕이를 만나러 갔다. 만나 보니 순덕이는 이미 바보가 다 되어 있었다. 오빠를 보고도 쫓아오지 않았고, 훌쩍훌쩍 울기만 하였다. ... 집에 데려다놓으니 바보처럼 멀뚱하니 앉았기만 하고 어머니를 보고도 반가워 할 줄은 몰랐다. 처음 한동안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세수하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앉아 있곤 하였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면 선생님께 야단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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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한 미싱사 처녀가 일을 하다가 새빨간 핏덩이를 재봉틀 위에 왈칵 토해내었다. 각혈이었다. 태일이 급히 돈을 걷어서 병원에 데려가보니 폐병 3기였다. 평화시장의 직업병 가운데 하나였다. 그 여공은 해고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태일에게 준 충격은 매우 컸다.
각혈을 한 여공은 평화시장 생활 몇 년에 그동안 번 돈보다도 더 많은 돈을 들이더라도 고치기 어려운 병만 얻고 거리로 쫓겨났다. 그야말로 '밑지는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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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생활을 보장, 향상시킴...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고 그 법 제1조에 못 박혀 있다. 이제껏 '모든 환경으로부터 거부'당하며 살아온 전태일에게는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기 위하여 법률이 마련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암흑의 동굴 속에서 한 줄기 광명을 발견한 듯한 놀라운 환희였다. ...근로기준법 제 42조,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한다"는 규정을 보았을 때, 전태일은 무엇을 생각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