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친구

바보어흥이 2021. 4. 15. 09:57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친구들은 변한다. 

크게는, 오래된 관계들이 그렇듯이 서로를 향한 관심이 줄어들고 자신이 커진다.

되도록이면 자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친구들은 서로를 당기고 밀어내며 관계를 유지한다. 서글플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나 자신도 그런 친구 중 하나므로 덜과 더가 있을 뿐 일방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십 대 시절이 아니어서, 친구가 내 세계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들의 곁에는 돌보아야 할 반려동물이나 자식이 있고,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고, 해야 할 일과가 있으며 또 다른 세계에 속한 여러 친구들이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불변한다. 친구는 기능적일 수만은 없다. 예컨대 함께 울고 싶을 때만 생각나는 친구란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가 청첩장을 불쑥 보내는 친구가 언제나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겠지만 상대에게 그런 기분을 느낄 때도 없지 않다. 그럴 때 나는 잠시 우정을 보류한다. 시기가 나쁠 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서로의 여유는 다른 때에 찾아 오기도 하므로 울퉁불퉁한 모양새를 적당한 양보와 적당한 배려를 더해야겠지.

 

끌어당기는 친구, 밀어내는 친구,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찾아와 주길 바라는 친구, 친구들. 우리는 서로를 가장 소중한 것 다음으로 두고 있기에 이렇게나 오래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른이 된 친구들은 필연적으로 가깝고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