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by 조지 오웰
<당신은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식량만 축냈습니다.> 나는 의용군에 입대하면서 파시스트 한 명은 죽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96p
사회주의를 미리 맛보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곳을 지배하는 정신적 분위기가 사회주의적이었다는 뜻이다. 문명화된 생활의 여러 가지 일반적인 동기들, 예컨대 속물 근성이라든가, 돈을 악착같이 벌어 모으려는 태도, 상관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 누구도 주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그것은 지구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게임 속에서의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한 국면일 뿐이었다. ... 우리는 냉담과 냉소보다는 희망이 더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공동체, <동지>라는 말이 대부분의 나라에서처럼 허위가 아니라 진정한 평등의 공기 속에서 숨을 쉬었다.
... 보통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에 목숨을 거는 이유, 즉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 사상에 있다. 140-141p
전선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다. 바지 속에 기생하는 이는 아무리 죽여도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양말도 없이 지냈다. 군화 바닥은 거의 닳았다. 맨발로 걷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뜨거운 목욕을 하고 싶었다. 깨끗한 옷을 입고 싶었다. 하룻밤이라도 이불을 덮고 자고 싶었다. 이러한 욕구는 정상적인 문명생활을 할 때 생겨나는 그 어떤 욕구보다 훨씬 더 강렬한 것이었다. 143p
처음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곳에 계급 구문이나 빈부의 격차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맵시 있는> 옷차림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도 아첨하거나 팁을 받지 않았다. 웨이터와 꽃 파는 여자와 구두닦에가 손님을 똑바로 마주 보며 <동지>라고 불렀다. 나는 이것이 희망과 위장이 혼합된 모습임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 부르주아지는 겁에 질려 잠시 노동자로 위장했다. ...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평상시로 돌아가고 있었다. 고급 식당과 호텔은 값비싼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부자들로 가득했다. 식료품비는 급등한 반면 노동 계급의 임금 상승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151p
<당신은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식량만 축냈습니다.> 나는 의용군에 입대하면서 파시스트 한 명은 죽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96p
나는 스페인에 대해서는 나쁜 기억이 거의 없다. ... 스페인 사람들이 관대하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그들은 20세기에 속하지 않는 고귀한 종족이다. ... 스페인 사람들 중에 현대 전체주의 국가가 요구하는 지독스러운 효율성과 일관성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 며칠 전 밤에 경찰이 아내의 방을 수색했을 때도 일언 사실을 보여주는 작은 예가 있었다. ... 그 경찰관들도 공산당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스페인 사람들이기도 했다. 여자를 침대에서 끌어낸다는 것은 무도한 행위로 여겼다. 285-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