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이 바뀌었다
글을 많이 읽는 것과 글을 쓰는 행위는 정말 같지 않다. 많이 읽는 것으로 인풋이 되는 것 같지만 그 인풋을 적용시켜 아웃풋하지 않으면 인풋이 무쓸모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끊이지 않고 읽는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요즘 들어 그 불균형을 크게 느낀다. 나는 요즘 그야말로 욕망쟁이가 되어서 예전에는 생각만 하고 실현하지 못해 불만이었다면 요즘은 해도해도 끝이 없어 불만이다.
읽는 시간도, 언어를 익힐 시간도, 옷을 지을 시간도, 여행을 떠날 시간도, 해도해도 다 부족한 느낌이고 해도해도 계속 하고 싶은 기분이다.
원래 운세 글을 볼 때 재미있는 것이 과거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인데 최근 우연히 보게 된 별자리 운세에서 최근 1년과 현재를 너무 잘 맞춰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전문을 잠깐 기록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를 긍정하고 자기희생과 억압하는 마음을 바꿔나간다.' 이것은 2018년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쌍둥이자리가 조금씩 자유를 획득해 나가는 테마입니다. 2011년경부터 계속 '자유와 꿈, 하고 싶은 일을 칭칭 얽어 매고 있거나, 여전히 자기 긍정을 얻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면 2018년은 싹둑 자른 것처럼 편해질 겁니다. 마음의 상처, 보고도 못 본 척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진짜 내 인생을 산다.' 같은 생각을 품게 될지도 모릅니다. ... 때로는 '그러고 보니 최근 풍향이 달라진 것 같아'라는 깨달음이 찾아올 테니 아무쪼록 기대하십시오.
나름으로는 봄부터 부단한 노력, 특히 특정 인간관계로의 정리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들을 향한 시간 확보에 노력한지라 이 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다. 또한 이 풍향을 '자기희생과 억압하는 마음을' 버리는 작업이라고 명명한 것이 대단히 적당하며 나아가 다소 두루뭉실했던 변화의 주제를 이 문장으로 규정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2017년은 돌아보니 암흑 같다. 검은색연필이 여기저기 색채를 덮어버린 듯한 기억이다. 돌아보려고만 해도 지치는 기분이다. 지난 한 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끊임없이 배려하면서 의심해야 했고 상처가 나는 마음을 외면하다가 막다른 길에 몰려 고통스럽게 직면해야 했다. 세상의 잣대가 무엇인지에 대해 혼란이 왔고 그 혼란의 끝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세상은 원래 완전한 정답이 없다는 그 혼란 자체를 인정하는 결말을 보아야 했다.
행복하다고 하면 꼭 불행을 주는 것이 내 운명인 것 같아 섣불리 요즘의 나날을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일본에 다녀와서 느낀 것.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는 것, 어떤 부채감도 어떤 기대감도 없이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돈은 정말 인생에 중요하고도 중요하지 않다. 내 월급의 대부분을 누군가가 다 써버리고 있고 한동안도 이 구조에는 더 나은 답이 없지만(2/3는 대출금, 그외 적금, 자동이체 등) 사실은 심각하게 괴롭지는 않다.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 내가 다 써버리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 돌아오겠지 싶은 느긋한 마음이다. 예컨대 전세금을 다 갚는 날이랄지 말이다.
일을 안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집에 머물고 싶다. 퇴근할 때는 부푼 맘을 먹고 돌아가는 집인데 막상 도착하면 체력이 다 방전되어 운동하고 밥 먹고 씻고 나면 너무 졸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암 선고를 받고 재규어를 질러 걸레짝처럼 박으며 돌아다녔다는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조금씩 씹으면서 소화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