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WALDEN by Thoreau

바보어흥이 2012. 9. 18. 19:27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도 실제로 자신이 먹은 저녁 식사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계속 입어 해진 외투와 구두를 새로 사지도 못하면서, 빌리거나 훔친 시간으로 그러니까 채권자에게 한 시간을 훔쳐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 중 많은 사람이 무척이나 초라하고 좀스런 삶을 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경험으로 갈고닦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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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멸의 존재이거나 신성한 존재이기는커녕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 즉 자신의 행동으로 얻은 평판의 포로와 노예가 되어 움츠리고 굽신거리며, 하루종일 막연한 두려움에 떨며 지내지 않는가? 세상의 평판은 우리 자신에 대한 사사로운 판단에 비하면 대단한 폭군이 아니다.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다. ... 자신의 운명에 지나치게 풋풋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마지막 날까지 화장대 방석을 짜며 살아가는 이 땅의 여인네들을 생각해보라! 마치 영원한 삶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시간을 죽일 수도 있따는 듯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조용한 절망의 삶을 꾸려간다. 체념은 곧 절망으로 굳어진다. 우리는 절망의 도시에서 절망의 시골로 들어가 밍크와 사향쥐의 용기에서나 마음의 위안을 얻는 수밖에 없다. 진부하지만 무의식적인 절망이 인류의 오락거리와 유흥거리에도 감춰져 있다. 이런 기분풀이는 일한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놀이하는 맛이 없다. 그러나 자포자기하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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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근거 없는 편견을 포기해도 늦지 않다. 오래된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라도 증명되지 않은 것이면 무작정 신뢰할 필요가 없다. 오늘 모두가 진리라고 앵무새처럼 떠벌리거나 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내일이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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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땅에서 30년 정도를 살았지만, 아직까지 어른들에게 유익하고 진지한 조언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들은 내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나에게 해줄 만한 유익한 말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내가 거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실험, 즉 삶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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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들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나쁜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내가 뭔가를 후회한다면, 그것은 내 예절 바른 행동 때문일 가능성이 무척 높다. 대체 어떤 악마에게 씌었기에 나는 그처럼 조신하게 행동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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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불안과 근심이 거의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습관적으로 과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우리가 병이라도 걸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우리는 철두철미하게, 또 성실하게 지금과 같은 삶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의 중심에서 무수한 반지름을 그릴 수 있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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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가을날 그리고 겨울날, 마을 밖에 나가 바람에 담긴 소리를 들으려고 했으며, 그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급히 전하려고 했던가! 나는 그 소리를 들으려고 내가 가진 돈 거의 전부를 투자했고, 숨까지 헐떡이며 맞바람을 맞으며 달렸다. 바람에 두 정당 중 하나에 관련된 소식이 담겼더라면, 분명히 속보로 가제트에 실렸으리라. 어떤 때는 절벽이나 나무 위의 망루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며 방금 도착한 소식을 전보로 알렸고, 저녁이면 언덕 꼭대기에서 하늘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래도 뭔가를 잡기 바랐지만 대단한 것을 잡지도 못했고, 잡은 것마저도 햇살을 받으면 만나처럼 녹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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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일을 하든 정확하게 처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이런 습관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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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서 말했듯이, 혼자 다니는 사람은 오늘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은 상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이 출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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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런 삶은 내 동료와 마을 사람들에게 지독히 게으른 삶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새와 꽃이 자기들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했다면 나는 결코 부족한 데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동기를 찾아야 한다. 정말이다! 자연의 하루는 무척 차분해서, 인간의 나태함을 좀처럼 꾸짖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