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만에 대학 동기가 말을 걸었다. 그는 광주에 있다고 했다. 어울리지 않게 철도청에 있다니. 멀고 낯선 동네의 아가씨와 연애중이고 곧 결혼할 거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언제든 어디서든 너무 진지해서 나를 당황하게 하던 친구였는데 그 진지함은 여전했지만 세월 속에 많이 다듬어져 대화를 하는데 그립고 모호한 기분이 들 뿐 오히려 반갑고 좋았다.
지겹도록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사가 드디어 끝났다. 오랫동안 살아도 좋을 만한 집이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마음속으로 계획하던 일이 많았다. 그 근간은 혼자 있는 것. 시간 확보. 심심함. 물론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소파도 사야 하고. 함께 사는게 이익일지 모를 다른 것들을 열심히 궁리하고. 냉기가 들어오는 창에 무슨 옷을 입혀야 할지 고민도 된다.
아침부터 진지하게 난독증을 검색 중이다. 납득할 만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그저 한 가지, 나는 요즘 무언가를 읽는 것이 힘들다. 글자에 손을 뻗을수록 멀어져가는 기분이다. 쉽고 반복되는 것들만 읽어온지가 오래된 기분이다. 나는 그때 옳다구나 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였던가. 진짜로 원하는 주제를 읽고 싶은데 더 쉬운 길은 없느냐고 자꾸만 누군가 되묻는 기분이다. 시니피앙 시닝피에, 서로 닮은 못된 쌍둥이들이 평생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