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7

Posted 2014. 2. 27. 13:55 by 바보어흥이

-

창립 10년째 이미 시가총액 300억 엔(약 3000억 원 이상) 회사로 성장한 겐조 도루의 겐토샤.

‘팔리는 책’을 중시하는 겐조가 생각하는 ‘팔리는 물건’의 4가지 공통분모는 이렇다. 첫째, 오리지널리티가 있을 것. 둘째, 명확할 것. 셋째, 극단적일 것. 넷째, 유착(癒着)이 있을 것. 편집자가 체중을 걸고 저자와 신뢰를 쌓는 것이 출판의 기본이란다.

<기획회의> 특별기고 중.

 

-

기찻길이 열리기 전, 조선사회는 '농촌의 시계'가 지배했다. 닭 울음소리에 잠을 깨고 날씨가 좋으면 들일을 하러 나간다. 기상이 나쁘면 집에서 쉬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자연에 맞추고 몸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식이었다.

‘근대의 시간’은 과거와는 전혀 달랐다. 산업사회에서는 시계에 맞추어 일어나고 근무시간이 되면 칼같이 일터에 나가야 한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해야 할 일이 있건 없건 상관없다. 음식도 배고플 때가 아니라 식사 시간이 되면 으레 먹어야 한다. 기차는 이 땅에 ‘근대의 시간’을 열어주었다.

<근대의 역습> 오창섭 지음, 홍시, 2013,  전문가 리뷰 중.(기획회의)

 

 

 

프랑스인, 영국인, 독일인이 각각 낙타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프랑스인은 대뜸 근처 동물원으로 달려갔다. 반 시간가량 낙타에게 빵을 던져주고, 우산으로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동물원의 수위에게 몇 마디 질문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저녁나절에 낙타에 대한 재치만점의 자극적 기사를 휘갈겨 신문사에 보냈다.– 7쪽

 

영국인은 홍차를 챙긴 배낭과 편안한 야영도구를 짊어지고 사막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삼년간 체류하며 낙타에 대한 두툼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학회에 제출했다. 체계도 없고 결론도 없는 무질서한 글이지만 자료적 가치가 풍부한 보고서였다.– 7쪽

 

한쪽 기사는 경박하고 다른 보고서는 보편적 개념을 담지 못했다고 비웃으며 독일인은 몇 년 동안 도서관에 처박혀 '자아 개념에 입각한 낙타에 대한 개념들'이라는 세 권 분량의 저서를 완성했다. 도서관에서 쓴 그의 저서는 곧바로 다시 도서관 서고에 들어갔다. – 7-8쪽

 

똑같은 과제를 받은 한국인은 어디로 갈까? 동물원, 사막, 도서관에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눈앞의 컴퓨터에 검색어 '낙타'를 친 뒤 15분 만에 깨끗한 파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시 인터넷에 올라간 파일은 통신망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입심에만 의존한 재치만점의 화려한 수사학, 체계는 없지만 고지식한 경험론, 낙타와는 무관한 관념론을 적당히 버무리고 사진, 만화, 소리까지 곁들인 동영상이 담긴 파일은 인터넷 최강국에서는 누구나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언어를 관장하는 메타언어 '검색'은 우리에게 이제 익숙한 단어이다. 경험주의, 관념주의를 지난 세기의 사유방식이라 비웃는 검색주의가 우리의 이데올로기이다. – 8쪽

<꿀벌의 언어> 이재룡의 문학 이야기, 현대문학, 2007, 로쟈의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