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것은 한 민족이나 공동체가 그런 질문들을 어떻게 직시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입니다. 한 민족 역시 한 개인이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고 망각할까요? 아니면 중요한 차이가 있을까요? 한 민족의 기억이란 정확히 어떤 것일까요? 그런 기억은 어디에 자리 잡고 있을까요? 그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통제될까요? 되풀이되는 폭력을 멈추고, 한 사회가 산산조각 나 혼돈이나 전쟁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저 잊어야 할까요? 다른 한편으로, 의도적인 기억 상실이나 부실한 정의라는 기초 위에 과연 안정되고 자유로운 국가가 세워질 수 있을까요? 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