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면전과 누군가의 뒤통수

Posted 2019. 1. 7. 17:35 by 바보어흥이

출근길 매일 지나는 같은 골목에서 나이 든 노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마주쳐 지나가며 노인과 잠시 눈이 마주쳤을 때 50여 년즈음 전의 한국을 지나온 연륜이 알 수 없게 슬쩍 비쳤다. 상상만으로만 가늠해볼 수 있지만 무언가 분명히 거기에 있다. 그리고 평행선처럼 절대 마주할 수 없는 무엇. 과거. 그를 구성하는 그것.


옥탑방이라는 비유가 이제는 너무나 진부하게 느껴진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삶은 실체다. 옥탑방에 무언가를 두고온 것처럼, 낙인된 것처럼 나는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비유와 실체 사이의 거리감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실체는 정말로 실체다. 아무도 비유를 얻기 위해 부러 옥탑방에서 불편한 삶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계절에 그대로 노출된, 너무 춥고 너무 더운 그 덩어리진 실체를. 


앞서 가는 누군가의 뒤통수를 본다. 커트머리에 회색으로 탈색되어 조금은 헝클어진 정수리. 조금은 피곤해보이는 뒤통수. 다소 얇은 듯한 검은 롱패딩과 어깨 위로 비죽 솟은 회색 후드티의 모자. 귀에는 은색 피어싱 몇 개가 보인다. 왜인지 여자친구를 집에 두고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로 영차영차 출근하는 지인이 생각난다. 앞서 가는 그녀의 현재는 무엇일까. 그녀는 운동화를 신고 있어 거리가 점점 벌어진다. 나는 통굽 앵클부츠다. 왠지 그녀는 전철을 타고 나는 타지 못할 것 같았고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래도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