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시절이 있다.
해야 할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놀아도 되는 시간들이 펼쳐지면 자유롭게 방임되는 시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시절, 그런 시절들을 우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바로 어린 시절.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시절도 온다. 그래서 당황하기도 하고, 결국은 극복해내지 못하기도 하는 분기점. 성장통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것을 보면. 나도 그런 대열에 발을 들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힘을 내는 길밖에 없다. 두리번거리지 말고 정신팔지 말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이제야 보니 인풋에 강점이, 아웃풋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칭찬이 독이 되는 경우도 알겠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유리멘탈이라는 것도 알겠다.
근 한달 간 매의 불안장애에 겹쳐 근 며칠 간은 쑝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화가 났다. 나는 뿌리가 깊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원망하며 살지 않으려고 많이 발전했다.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감당해내려는 어리석은 태도는 여전하지만 금방 후회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나는 이제 어른이다. 선택하지 않았어도 어른이다.
나의 고질병은 사랑받으려는 욕심이다. 그런 사람들을 여럿 봐왔지만 (오히려 닮은 점이 있어서 더 잘 보지만) 나 스스로도 거의 고치지 못한 가장 큰 단점이다.
솔직하자. 솔직하자. 남에게 솔직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뛰고 싶다. 숨이 차올라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때로는 정신보다 육체의 힘을 믿어보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