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너무 많은 날

Posted 2019. 1. 8. 16:35 by 바보어흥이

말을 말로 덮으려 할 때 재앙이 일어난다. 말에 대항하는 것은 침묵이다. 강인하고 단호함을 닮은 강인함. 말을 그만 둘 용기란 매우 높은 경지의 자존감이다. 말이 내질러진 다음에 침묵을 견뎌내는 힘은 강력한 자기 제어에 가깝다. 


말이 너무 많은 날, 말이 너무 앞서 나가 숨이 차다는 가사가 와닿는 날. 

그러고보면 모든 재앙은 그 반대의 면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어깨가 가장 움츠러들 때 어깨를 피는 것, 미뤄둔 일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일을 하는 것, 너무나 화가 날 때 일단 화내지 않는 것.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에 대해서만 한 권의 글을 써냈다. 독자적이고 능동적인 침묵, 처음과 끝이 없는 침묵.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서 항상 신비로운 이 책을 떠올리며 입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