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인간은, 그러니까 노자의 항상심을 실현할 정도의 내공이 없는 우리들은 곧잘 망각과 망상 사이를 혼란스럽게 오간다. 특히 온전히 감당하기 힘든 외부의 압력을 받았을 때는 망상으로 살아갈 힘을 얻고 망상으로 절망의 길을 자초하기도 한다.
참으로 웃긴 것은 그와 같은 현상이 바로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날 때는 현실적으로 분석을 할 뿐더러 누구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스스로에게 닥쳤을 경우, 그 비합리성을 까맣게 잊고 본인 또한 망상과 막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이 울리는 전화벨에도 감정의 기복이 급변하고, 무심결에 떨어진 잎사귀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다가 편한 지인과의 만남에서는 다시 평소보다 흥분하며 깔깔대는, 초기 조울증 증상은 사실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흔히 겪는 일들이다.
이때 가장 쉽게 실현할 수 있는 해결방법은
스스로를 관념 속에 가둘 것이 아니라(실제로는 망상에 빠져있음에도 스스로는 모르므로) 무작정 빠른 시간 속에 던져두어야 한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이렇게 폭력적이고 범박한 해결방법 외에 세련되고 깔끔한 방법이 존재한다면 누가 알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