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의 강박은 인간이란 생래적으로 마구마구 무엇을 행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생각을 하고, 청소를 하고, 감자볶음을 하고, 쌀을 안치고, 씻고, 드라마를 보고, 도서관을 가고, 카페를 가고, 약속을 잡고, 수다를 떨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어젯밤엔 나는 빈 그릇이다 라고 수없이 되뇌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온몸을 비워내고 호흡 외엔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으려고 해도 끝내 잠이 오지 않았다.
그중에도
'써야 한다'는 강박은 언제쯤 충족할 수 있을까.
평생 이 강박 속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와 똑닮은 잉여인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써놓고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