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는 분명 있다.
혹은 스스로를 너무 빨리 자란 아이, 라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물론 둘은 같은 아이다.
때문에 그 아이는 아이들 중에도 가장 어리다.
그 아이의 속에는 자라지 못한 꼬마가 여전히 있다.
때를 놓친 성장은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 길러내지 않으면 자라지 못한다.
상황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다.
자신의 껍질을 두껍게 만드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깨고 나왔을 때 그 충격은 그를 더 값지게 만들 테니까.
물론 그 안에 평생 숨어살 수도 있다. 그렇다해도 나쁠 일은 아니다.
두꺼운 껍질 속에서 안온하게 살면 되므로.
삶의 저 너머에도 별 것이 없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나 혼자 깨달은 진리라고 생각한 것도 아주 오래되었다.
그러나 모든 진리가 그렇듯,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운명을 믿는 사람은 운명 속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철없이 구는 내가, 나는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