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때

Posted 2010. 11. 23. 14:32 by 바보어흥이
학생이던 시절에, 방학을 견디는 일이 힘들었다.
도통 해가 있을 때 깨어 있지 못해서였다.

왜 이렇게 일어나지 못할까. 아침, 아니 오전에라도, 아니 낮에라도 일어나면 참 좋겠다.
하며 머리를 싸매고 한동안 괴로워했다.

그 끝에, 나는 새로운 하루가 두려울 뿐이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루를 살아야 할 원동력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을 얻는 데까지 매우 오래걸렸는데 그 이유는 내일은 꿈꿀 수 있지만 오늘은 꿈꿀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저녁과 아침이 주는 시간의 강박관념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했고 항상 휘둘렸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한 번도 방학을 잘 지낸 적이 없었다.

하루를 제대로 살고 싶다는 욕망은 있었지만 그 자체는 빈껍데기였다.
아마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었을 거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으니까.

술로 그 시절을 버텼다. 그래도 용하게 버텨야 하는 그 삶에 의문을 갖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가 백치임을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아침은 힘들다. 바쁠 때의 아침은 고통이지만 쉴 때의 아침은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