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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론.
아무거나 소설로 쓸 수 있다.
아무 말이나 써도 된다.
하지만 조금 더 필사로 예열을 할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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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누웠을 때 나는 가능한 한 모든 생각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다. 계속 이렇게 모든 생각을 해낸다면 아마 아인슈타인의 뇌처럼 조금은 주름이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아빠가 훗날 혼자 살 집을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여 마련할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집의 거실 인테리어를 시작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구를 활용하되 어느 정도 독신남의 세련미를 잃지 않기 위해 커튼 색과 소파의 활용, 러그 색깔에 각 방의 가구 배치까지는 기본이다. 그러다 보면 현재 거실 커튼을 계절에 맞게 겨울용으로 바꾸고 싶어 갖가지 색과 소재를 고려해본다. 너무 어두워도 안되고 너무 흔해도 안되고 너무 얇아도 안되며 너무 무거워도 안되는 갖가지 기준을 다 갖출 수 있는 패브릭을 찾아본다. 게다가 새로운 소설의 소재들도 떠올리고 곧 있을 연봉협상에서 얼마를 예상할 수 있을지, 혹시 예상치 못한 금액을 마주했다면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대사를 짜본다. 또한 매일 아침 요가 동영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가장 유명한 요가 동영상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주말의 일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낮 시간대를 상상하고 계획한다. 그리고 사고 싶었던 외제차의 등급과 연비와 디자인, 유지비를 계산하다가 내일 출근할 때 입을 옷을 고르고 만들어보고 싶었던 옷의 디자인과 그에 맞춰 필요한 패브릭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다가...
이정도 하면 잠은 온데간데 달아나고 없다. 이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겨우 잠을 잘 수 있는 예열단계를 맞이할 수 있다. 소름끼치도록 소유적인 삶이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