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며 얻을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은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에 예민해지는 것이다. 그로인해 자연스레 제외되는 소수의 것들이나 약한 것들을 발견하고 다루어 그 무지함을 되돌아볼 수 있다.
내가 글을 쓰며 얻을 수 있는 다소 부정적인 현상은 잣대가 엄격해진다는 것이다. 거슬리는 것들, 불편한 것들, 그것에 대한 분노와 울분이 사소하게 좋은 것들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많아질 수 있다.
그리고 본디 가진 성향이 따뜻하고 동그르르한 사람이라면 더욱 쉽게 이런 양갈래의 오류를 좋은 쪽으로 품으며 글로서 자신도 남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글쟁이들이 분명히 있다.
앞서 말한 후자의 오류를 뛰어넘지 못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글을 버렸다.
어느날 드디어 이제는 절연하겠다는 식으로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예민하고 남에게는 무딘 무례함이라든가, 너무나 그 뜻이 옳은 나머지 누군가에게 폭력처럼 변해버리는 연대의 현장이라든가를 보면서 몰래 하루에 한움큼씩 그것을 버리고 원망하며 멀어졌다.
나에게 남은 기능적인 문장들을 더 다듬어 본다.
나는 이제 더이상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고 매끄럽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과 부탁해야 할 일과 해결된 일을 가능한 한 짧게 정리하면서 받는 이의 평온한 오후를 빌고 어떤 심상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예의를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거대한 벽처럼 내 앞에 장애물이 우뚝 설 때 더이상 애멀게 서성이지 않고 가려던 길을 포기할 수 있다.
도저히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나를 웃게 할 거리를 열심히 찾아 내 그 순간 박장대소를 할 수 있다.
밤을 새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매혹적인 새벽을 저버리고 출근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을 수 있다.
그래도 그렇게 되지 않는 때도 있다. 그런 날 나는 이렇게 한번 진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