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

Posted 2010. 12. 8. 16:54 by 바보어흥이

눈이 선한 사람을 만났다.
소심해보이지는 않지만 절대 먼저 선을 밟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남의 말을 경청할 것 같지만 그의 말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이 많지만 함부로 애정을 논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욕심이나 불안이 보이지 않아 가만히 응시할 수 있을 듯한 눈이었다. 제멋대로 굴려다가도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 것 같았다. 이를테면 내가 이 사람에게 이렇게 못되게 굴면 정말 나쁜 사람이지, 하는 식의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사소한 말투, 행동, 손짓, 표정에 굳이 애정을 갈구하려는 제스추어가 한순간도 없었다. 과한 매력이 없어서 그게 매력인 사람을 잠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