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싶다. 흡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학생 시절의 습관이 남은 것일까. 회의를 하고 나면 내가 무엇이든 실행할 수 있을 거란 이데아가 생긴다. 그것이 대표의 역할인 것 같다. 직원들의 사기를 불어넣는 것? 그러나 회의가 끝나고나면 어느새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온다. 재빠르게.
점점 사회 속의 내가 보인다. 나는 언제나 온전한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일에 매달렸는데 그로인해 현실 속의 나를 곧잘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의 나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미혼 직장인이며 경제 불황이 닥치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올 수도 있는 경제인구 중 하나다. 멀게만 느껴졌던 '혁신' '이윤' 등의 숨찬 단어들이 내 일상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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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때 나도 모르는 내면에서 기쁨과 자신감이 차오르는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 술이란 파괴의 욕망이다. 한번 빠져들면 파괴는 점점 깊어져서 정말 왜 사는지 모를 지경까지 갈 때도 있다. 반대로 몰입하는 '척'이라도 할 때 그 다음날 하루는 왜인지 상쾌하다. 희한할 정도다. 나는 무엇을 하지 않았는데도, 희망이 부풀어오른다. 양쪽 다 마약처럼 나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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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 게 나쁘다는 걸 회사에 다니면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인사를 할 때 웃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예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요즘 들어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든가 '단호하게 나를 표현한다'든가 하는 식의 자기계발 도서가 많은데 물론 너무 갑을 관계에서 오래 시달린 을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지만 어중띤 관리자 급의 사람들이 이를 자기화시키는 것은 더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이 공고하고 단단해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까칠하게 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짜증나니까 짜증낸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예로부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만큼 비겁한 것은 없다는 것을 내면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일단 나부터. 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