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천둥번개가 새벽에 유난히 몰아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는 그 다음 날 아침, '어젯밤에 안 무서웠어?'라고 묻는 친척 어른들의 안부전화에(어릴 때는 가게 일로 부모님이 새벽에 들어오셨기 때문에) '어제 왜요?'라고 물을 만큼 태평하게 잠을 잤다. 그래서 혼자 있어도 무서운 줄 모르고 잠을 잤다. 이상하게 나는 새벽에 베개를 들고 부모님 품으로 달려간 기억도 거의 없다. 아주 어릴적부터 혼자 방을 썼기 때문일까 악몽을 꿔도 가만히 혼자 누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섭고, 누군가의 품이 안심이 된다는 감정을 안다. 그러고나니 또 어릴 때는 몰랐던 새벽의 천둥번개를 자주 맞이하게 된다. 알지 못했다면 좋았겠지만 후회가 되는 기억은 아니다. 그러나 서러운 기억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