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와 마음

Posted 2021. 4. 16. 09:49 by 바보어흥이

워런은 집의 상태가 얼마나 나쁜지 모를 만큼 마음이 건강치 못한 상태였겠지. 309쪽

 

집을 청소하는 법은 전 애인에게 배웠다. 지금도 그만큼 잘 하진 못한다. 싱크대는 언제나 바짝 말라 있고 고양이 털을 제거하기 위해 아침마다 바닥 청소는 물론 창가에서 이불을 털어내는 경지까지는 평생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그때 이후로 청소를 해야 하는 구역에 대한 인지는 확실히 넓어졌다. 바닥을 청소할 때 이동이 가능한 물체는 모두 잠시 자리를 이동해 바닥을 닦아야 한다. 예컨대 공기청정기나 스탠드 거울, 의자 같은. 화장실은 눈으로 보기에 얼룩이 없어야 한다. 설거지를 할 때는 선반, 가스레인지, 벽면까지 훔쳐 낸다. 자잘한 물건들은 서랍이나 선반 안으로. 이 정도만 하면 집이 깨끗해 보인다. 

 

물론 그 전에도 나는 위생에 대한 개념이 적어서 그렇지 공부를 할라 치면 언제나 책상 정리부터 하는 청소년이었다. 눈에 보이기에 단정한 상태가 주는 마음의 안정감. 주변 정리를 끝내고 나서야 하려던 것을 깨끗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 속 문장을 보고 집 안을 쓰레기장처럼 만들어 버리는 우울증 환자들이 떠올랐고, 마음 상태와 청소는 매우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생각했고, 유독 정리나 청소에 약한 몇몇 지인들을 손꼽아 보았다. 아주 편리한 지표 아닌가. 한 인간의 보이지 않는 정신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 그의 집의 상태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