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서 기억하고 있는 집 중에 가장 큰 집에 살고 있다.
가장 처음 기억은 13평 상계동 아파트, 그리고 삼청동의 온실 딸린 큰 원룸, 초등학교에 갈 무렵에는 명륜3가의 콘크리트 바닥이 있는 2층집 중 1층, 대학로의 방 2개짜리 신축빌라, 목동의 옥탑방, 다시 명륜동의 작은 쪽방 둘, 10대 시절에는 봉천동의 상가주택, 응암동의 옥탑방, 그리고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된 안성의 은하수와 트윈원룸, 취직을 한 후 잡은 신수동 원룸, 북가좌동의 홍일하이츠빌라, 예원빌라, 새절의 상가주택에 이은 첫 신혼집. 이렇게 보니 정말 떠돌이처럼 다양한 동네를 거쳐왔다.
운이 좋게도 적은 금액으로 꽤 낭만이 있는 단독주택 2층집을 얻었다. 무난한 색으로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깐 이후에는 조명도 달고 어울리는 가구도 사며 어느 정도 구색을 채웠다. 봄이 되니 가장 활발한 것은 파릇파릇한 식물들로 집 안에 생기를 채우는 것.
지난 주말에는 동대문 꽃시장에 가서 거대한 해피트리와 호랑가시나무를 사왔다. 이로서 화분을 사는 일은 거의 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큰 나무만 2개에 작은 화분들은 10개도 넘는다. 이전에 다이소에서 산 작은 화분들이 점점 비실비실해지는 것 외에는, 새절집에서 가져온 벤자민 나무도 조금씩 무성해지고 있어 집 구석구석 푸르름이 솟아난다. 요즘에는 짬이 날 때마다 식물 기르는 법을 검색해보게 된다. 막상 마음이 약해 가지치기도 못하는 주제에, 언젠가는 꼭 해보리라 마음먹으면서.
언제나 넉넉한 공간에서 단촐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느덧 새집에는 예쁜 물건들이 가득 차버렸다. 더 이상 사지 말아야지. 지금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자꾸만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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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트리를 카트에 싣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주말을 재밌게 보냈다는 뿌듯함이 차올랐다. 동대문 시장은 내가 사랑하고 가끔 그리워하는 방콕의 짜뚜짝 시장 느낌이다. 어느 나라든 전통 시장이 가진 매력은 돈 주고도 못 살 귀중한 무엇이다. 무엇을 파는지, 무엇을 사게 될지, 어떤 장사꾼을을 만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봄이 오니 드디어 커텐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천시장 또한 항상 사랑하는 쇼핑공간 중 하나. 봄에는 동대문 나들이를 잔뜩 해야겠다. 서울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