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주제

Posted 2013. 9. 12. 09:08 by 바보어흥이

하나의 주제를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상념들이 몰려온다.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열망에 창을 열었는데도 할 말을 좁힐 수가 없다.

한 공간에 있다고 해도 각자가 서 있는 위치는 천차만별이다. 손을 내민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와 나는 다르기 때문이다. 도토리를 주워먹는 다람쥐가 아기 사자와 친해질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나는 모두를 이해하려는 자만의 위기에 처해 있다. 나도 언젠가는, 어쩌면 지금 당장, 그들이 물러서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슬프게도 독단적일 수밖에 없는 기준을 세워야 할지 모른다. 나 같은 사람이 흔히 정글이라고 말하는 이 어지러운 숲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적어도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 내 동료는 누구인지, 내 적은 누구인지, 내 보금자리는 어디인지 이 모든 복잡한 역학에 휘말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내 식구를, 나를 운신하기 위해 어딘가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면 월급은 단순명료한 댓가가 되지만 대부분의 월급은 자신 자체를 투사하는 댓가다. 때로는 내 자신도, 내 식구도 외면해야 월급을 받는다. 나는 나를 위해서 자신을 투사하는 것도 못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요구한다. 이는 지금의 나 자신을 넘어서는 요구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계발일까. 어디서든 인정받고, 이기고,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는 것은 이 세계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나는 오늘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아주 괴상한 생물이다.

 

그 자리에선 그게 옳고 이 자리에선 이게 옳은데 그 자리의 요구란 이 자리에서 그 자리처럼 행동하되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바쳐, 오늘 일당을 비축한다. 오늘의 이 혹독한 비축이 나에게 궁극적으로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말을 걸어야 한다면 그저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해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