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봄의 일이다. 학기가 중간 정도 흘렀으니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을학기 졸업자였던 나는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빈둥빈둥 놀고 있었다. 취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취업 준비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가 어려운지도 몰랐다. 이수해야 할 토익 점수도 영어 수업으로 때워놓고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놀고 있을 때 한 선배가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동아리 선배가 같이 일할 만한 친구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주며 할라냐고 물었다. 나는 딱히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러겠다고 했다. 별 고민도 안 했던 것 같다. 단지 4년이 넘는 세월을 놀고 먹으며 지낸 소도시에 대한 애착이 조금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취직을 했다. 연봉 협상이 무슨 말인줄도 몰랐다. 그냥 준다니까 주는대로 받았다. 하시라니 세네카니 1교니 2교니 몇 연이니 에폭시니 모르는 말이 나와도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