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화제의 영드를 본다. 개차반 인생들을 보면서 나는 삶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그래, 자괴감이다. 나는 무슨 악마에 씌어서 나를 한번도 어딘가에 내던지지 못했을까.
어릴 때에는 미덕으로 보였던 일들도 나이가 들면 악덕이 된다. 어릴 때에 악덕으로 보였던 일들도 나이가 들면 미덕이 된다. 나는 소리를 지를 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악덕이다.
이제는 사소한 욕망들이 쉽게 채워진다. 어릴 때에는 갖고싶어서 365일 오매불망 기다리던 것들도 큰 결심 없이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허기는 더 심해진다. 가질 수 있어서 진짜로 가질 수 없다. 실상을 직시하라는 말과 완전히 다른 위치에서, 누구나 라캉의 대상 소문자 a가 필요하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검은 집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금치 않는다. 그 정도로 강렬한 빈 공간이자 욕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