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뒤라스 by 물질적 삶

Posted 2023. 8. 4. 08:45 by 바보어흥이

솔직하게 쓰는 것만큼 힘이 있고 어려운 것이 없다. 뒤라스는 이미 읽은 적이 있으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책을 집었다가 지하철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회사 책상에 앉아서 기록하다가 또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아니 에르노와 왜인지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물론 더 읽으면 그런 느낌은 사라질 테지만 통렬할 정도로 솔직한 것,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젠더성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그녀들은 절대 새침떼기가 아니다. 엄청나게 강인하다. 성별을 떠나서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특히 세상과의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점, 그런 마음으로 남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내게 거의 무한한 존경에 가깝다.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경이롭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거리를 쳐다보며 앉아서 나를 기다렸다. 나는 가지 않았다. 매일 외출했지만, 그 카페가 있는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여드레째 되던 날 나는 마치 교수대에 오르는 심정으로 그가 기다리는 카페로 들어갔다.'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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