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운 것

Posted 2023. 7. 31. 12:07 by 바보어흥이

너무 아름답고 여린 문장을 만나면 가끔 은근슬쩍 배가 뜨거워진다. 그 아름다운 문장들이 반전없이 자신을 향한 연민으로 옹기종기 모여 가면 책을 끝까지 읽기를 포기하고 덮어 버리고 만다. 취향의 문제일까. 나르시시즘이 불편하다. 근데 문장이 아름다우면 더욱 기만하는 것 같다. 이를 테면 연민의 대상이 길에 버려진 소동물일지라도 그것을 연민하는 나 자신을 연민하는 식으로 아름다움의 기세를 타고 미끄덩.

 

너무 권태로우면 사소한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한 시절이라도 혼자로서 지낸 특권이 있다면, 권태로워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많아진다. 특히 자신을 향한 모욕, 자신을 향한 위로, 자신을 향한 폭력. 세상이 시끄러우면 그 소동의 당사자보다 자신에게 가해질 정서적인 가시를 더 걱정하는 형상이 되어 버린다. 비정한 아름다움이다. 아 아름다운 것은 필연적으로 비정한 것이니 역시 취향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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