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발견한 귀여움

Posted 2023. 3. 3. 11:33 by 바보어흥이

작은 아이들 다섯 명이 옹기종기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귀여워 일을 멈추고 턱을 괴고 구경한다. 단 5센티라도 조금 더 키가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인솔해 가는 분위기다.  예전하고 보는 눈이 다르다. 이제 저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성장했는지 어디까지 미숙하고 어느 만큼 능숙해졌는지를 조금은 더 세세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장하고 예쁘다.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십여 년 전에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 하고 무의식적으로 다짐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것 또한 어느 정도는 자아 비대였구나 싶다. 이제 왜 어린 시절의 엄마가 그렇게 억척스럽게 과일 가격을 갂았는지, 거리의 사람들에게 냉정하다시피 대하며 작은 내 손을 잡아 끌었는지 안다. 알 뿐 아니라 무척 필요한 일이라는 인지마저 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이십 대처럼 쉽게 냉소적이거나 수동적이거나 민감한 것은 불가능하다. 

 

여전히 예쁜 아줌마가 되어야지, 같은 희망이야 있지만 시간을 역행하는 것에 대한 무의미함이 어느 정도 체감된다. 이제 거리에서 유모차와 그 안에 아기, 밀고 가는 부모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임신하면 세상에 있는 임산부를 모조리 찾아내는 것처럼. 그래서 아무리 안다고 해도 겪어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겸허히 생각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모르던 소소한 귀여움을 이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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