쑝의 눈동자

Posted 2023. 4. 18. 11:15 by 바보어흥이

쑝의 제단 위에 바나나를 올리고 종을 울리고 사진을 바꾸다가 쑝과 눈이 마주쳤다. 

 

쑝의 투명한 구슬 같은 유리 같은 녹색 눈. 우리가 깊게 교류하고 지냈던 시절이 나를 관통한다. 너무나 영리한 눈. 나를 100%로 바라보고 있는 그 눈. 

 

소울이가 온 후로는 별로 그럴 일이 없었다. 아마 쑝이 살아 있었어도, 그 한 시절처럼 우리가 서로를 여유 있게 관찰하고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치는 일은 전보다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 내 한 청춘이 쑝과 함께여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한동안 새로운 가족을 들일 일도 없을 것이란 것. 그냥 특별한 시절이었고 특별한 관계였고 특별한 존재였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랬구나 싶다. 

이제 매번 눈물이 철철 흐르지는 않지만 뭉근하게 가슴 속이 저릿한 것은 여전하구나. 

 

쑝이 딱 한번 꿈에 찾아 온 적이 있다. 

지금 이 장소에 그대로, 헤어지기 전 시절의 얼굴과 체형 그대로, 슬그머니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꿈속에서도 너무나 놀라고 미안해서 "쑝, 안 찾아와도 되는데, 어떻게 왔어?" 하며 쑝의 얼굴을 만졌다. 그랬는데 그 감촉과 온기와 무게감이 너무나 똑같아서, 말 그대로 너무 놀라서 쑝을 껴안으려다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몸을 실제로 움직이며 잠이 깨 버렸다. 

 

쑝이 그러려고 한 게 아닐지 몰라도 쑝의 모든 몸짓에는 항상 나를 배려하거나 위로하는 기세가 깃들어 있어서 항상 애틋하다. 그런데 항상 또 자기 자신을 가장 우선적으로 위해서 그게 대견했다. 물론 나 또한 한없이 아끼고 언제나 애틋했다. 특히 아프고 나서는 싸우는 일도 많이 줄었고, 항상 불면 날아갈까 했다. 안 그런 순간도 있다고 쑝이 짓궃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웃음이 난다. 

 

내 평생의 인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고양이. 영혼에 각인된 고양이. 쑝을 꼭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매번 기도할 때마다 빈다. 지금은 완전한 평안에 이르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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